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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熏永久的浅笑第 2 页

作者:沈熏    文章来历:本站原创    更新时刻:2017-7-3


뉘엿이 넘는 석양은 등뒤에서 무르익은 모과빛의 낙조를 던져 두사람의 그림자를 길바닥에 기다랗게 끌어당겼다. 땅 위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구르는 낙엽을 밟으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동안에 수영은 몇번이나 등덜미와 귀바퀴에, 혹은 정면으로 여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

그렇건만 수영은 수줍어서 계숙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만 목소리가 가랑 가랑한 것과 사투리가 섞여서 억양(抑揚)이 명주고름 같이 부드럽지는 못하나, 그 말에는 열이 있고 힘이 있었다. 계숙은 수영이가 「네, 네」하고 대 답만 하니까 좀 갑갑한 듯이 대들어 선동이나 하는 태도였 다. 수영은

(얘 이 여자야말로 어지간허구나)

하고 어느 정도까지 탄복을 하면서도 여전히

『네 알겠습니다. 잘 알아들었으니까 틀림없겠지요.』

하고 피동적으로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끝으로 일 의 방침을 토론비슷이 할 때, 피차에 긴장된 얼굴을 정면으 로 대하였다. 계숙의 눈동자는 흑진주 같이 빛나고 두눈은 능금처럼 빨갛게 혈조(血潮)에 타올랐다. 그 순간의 인상이 지금까지도 수영의 머리속에 심령술(心靈術)로 사진이나 찍 은 듯이 또렷이 남았고, 계숙이도

(침착하고도 믿음직한 남자다)

하고는 매우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아주 사무적이었고 서로 사사로운 환경을 물어볼 처지도 아니었 다. 두 사람은 거사할 날짜와 시간을 다시 한번 다지는 것 으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하고 목례를 바꾼뒤에 헤어졌다.

그러나 전차를 타며 내려다보는 계숙의 눈과, 기숙사로 돌 아가며 돌려다보는 수영의 눈이 두 번 세 번이나 의미있게 마주쳤었다.

며칠후 모든 남녀학교의 공기가 위롱뒤롱하던 그 전날에 수영은 안국동 큰길에서 계숙을 만났다. 계숙은 여러동무들 틈에 섞여서 오기 때문에 손은 모자 챙까지 올라가다가 말 았다. 계숙은 수영을 먼저 알아보고 곁눈으로 은근히 인사 를 하였다. 머리는 숙이는 듯 마는 듯 눈썹만 찌긋이 끌어 올렸을 뿐이었다.

그 이튿날 저녁때 수영은 경찰서에서 계숙을 보았다. 유치 장이 대만원이라. 순사들이 무도장 마루방까지 사람으로 콩 나물을 길렀는데 거기서는 창살을 붙잡고 매어달지면 행길 을 내어다볼 수가 있었다. 계숙은 여전히 활발한 걸음걸이 로 친구들 보다 몇 걸음 앞을 서서 아는 집으로나 찾아오는 것 같았다. 수영은 입술을 깨물며 내어다보다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러나 어쩐지 제 신변이 든든해진 것 같기도 하 였다.

그러다가 시대문 밖으로 넘어간 뒤에는 피차에 소식이 끊 어졌다. 한솥에 지은 콩밥을 먹고 같은 담안의 공기를 호흡 하면서도 그야말로 지척이 천마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 로 은연중에 마음이 챙기어

『몸이나 성헌가? 과히 괴로워하지나 않나?』

하다가, 계숙이가

『그이가 먼저 나갔으면……』

이렇게 서로 빌어 주고 염려해주는 마음만은 극성맞은 간 수의 눈을 피할 필요도 없이 철창 사이를 새어서 남감과 여 감의 담을 넘어다녔다. 잡혀오던 날 병식이가 뒤를 따라오 며 수영이도 검거되었다는 말을 전했기 때문에, 계숙이 역 시 김수영도 한집에 들어와 있거니 하면 마음 한모퉁이가 든든해서 정신적으로 적지않게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두 달쯤 뒤에, 하루는 최계숙의 이름으로 세숫수 건과 잇솔이 들어왔다. 수영은 그제야 계숙이가 먼저 출옥 한 것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요, 비록 작은 물건이나마 차입해 준 것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부모의 자애와 친구의 우정 이외에 저와는 아무 인연이 없었던 여자의 따뜻한 정 을 받아 보기는 뜻밖이요. 또한 처음이었다.

수영이가 손가락으로 이를 닦으면서 그 잇솔과 손수건을 쓰지 않고 보물이나 되는 듯이 꼭꼭 싸두는 것을 보고

『아주 불천지위 위허듯 허는군.』

하고 같은 방에 있는 동무에게 놀림까지 받았다.

석달 뒤에 수영은 뜻밖에 보석이 되었다. 나오던 날은 감 옥 문앞까지 마중을 나와준 병식의 등에서 또한 뜻밖에 계 숙이가 서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변호사에게서 수영의 보석허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서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계숙은 병식과 작반을 하기 위해서 나왔을리는 없다. 물론 저혼자라도 마중을 나 와 주었으리라고 생각하니 더한층 고마웠다. 옥문을 나서자 수영은

『고마워 고마워! 잘들 있었나?』

하면서 병식이와 두 번 세 번 혈관이 떨리도록 악수를 하 였다. 감격하기 쉬운 병식의 어깨를 얼싸안고 잠깐 동안은 말문이 막혔었다. 그는 눈물까지 글썽글썽 해가지고 동지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수수하게 차렸으나마 봄옷을 깨끗 하게 입은 계숙은, 수영의 앞으로 다가서며

『얼마나 고생을 허셨어요?』

하고 여학생 식으로 까듯이 예를 시작하였다. 수영의 머리 가 길어서 귀밑까지 덮은 것과, 구레나룻이 시꺼멓게 난 것 이 우스웠다. 그러나 입모습에는 미소를 피우면서도 영체가 도는 눈은 이슬을 머금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수영은 걷어 메었던 옷보퉁이를 내려 놓으면서

『고맙습니다. 차입해 주신걸 받구서 먼저 나오신 줄 알었 지요.』

병식과 쥐었던 그의 손은 얼떨김에 계숙의 손을 옮겨 쥐었 다. 반가움에 겨워서 계숙에게도 이윽고 악수의 차례가 간 것이요. 잠깐 쥐었다 논 것이지만 수영이가 장성한 여자의 육체와 접촉해 본 것도 또한 난생 처음이었다. 악수를 하고 나서는 겸연쩍어서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는

『둘이 꽤 가까워졌구나』하고 병식은 속으로 웃었다.

시골 아버지는 출옥한다는 통지를 미쳐 받지 못했기 때문 에 나오기는 했어도 수영은 당장 갈곳이 없었다. 병식은 수 영을 데리고 계숙이도 함께 「유각골」 막바지 저의 집으로 갔다.

병식의 집이란 깊은 두메 구석에서나 볼 수 있는 게딱지 같은 초가집이었다. 대문은 최경례를 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이마를 들어받을 지경인데 지붕은 여러해 개조도 못해서 찌 들대로 찌들고 벽은 허무러져서 흙이 떨어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안방 간반 마루 한간에다 반간남짓한 건넌방이 더 붙었는데 그나마 팔원씩 또박또박 월세를 치르어 나가는 집 이다. 한달에 겨우 사십원을 받는 인쇄직공이 살림인데다가 그 속에서 집세를 제하고 이태전에 돌아간 아버지의 상채를 그저 꺼나간다. 그뿐인가, 술잔이나 먹는 사람이라 친구와 얼리면 술추럼이 적지않게 돌아가니 객비용까지 따지고 나 면 이십원도 못남는다. 그것을 가지고 해숫병으로 골골하는 늙은 어머니와 아들 딸 삼남매를 길러나가는 병식의 살림살 이야말로 구차한 것으로는 남부러울것이 없다. 게다가 병원 아내와 처음부터 의초가 좋지 못하였다. 부지중에 자녀는 연달아 났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한집에 살기는 해도 그는 제 아내를 밥지어 주는 부엌어멈이라고 부른나. 술이나 얼 근이 취해가지고 돌아와야.

『네나 내나 이집구석에서 종신징역을 하기는 마찬가지 다.』

하면서 아들의 팔을 끌어당기고 머리를 마주 비비고 하는 것이, 그래도 남보기에는 가장 탐탁해보이는 장면이었다.

병식은 동경서 여러해 고학을 하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우유배달을 하다가 나중에는 인력거까지 끌었다. 그러면서 도 그는 어느 사립대학 문과에 학적을 두었었다. 어려서부 터 문학에 취미를 가지고 그방면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 에 그는 시도 짓고 소설도 썼다. 지금도 신문잡지에 익명(匿 名)으로 발표하는 그의 수필이나 평론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불행하게도 세상을 떠난 최용준의 영향을 받아서 그사람과 어느 주의를 선전하는 팜플렛을 맡아가지고 일년 동안이나 출판을 하였다. 병식은 워낙 눈썰미가 있는 사람 이라, 그 당시에 활자를 뽑고 식자(植字)하는 기술을 배워서 얼마 뒤에는 기술자로 한몫을 볼만큼이나 익숙해졌다.

그라나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가 중풍으로 덜컥 돌아가서, 병식이가 돌아와 벌어대지 않으면 식구들은 백판 굶어죽을 지경이었다. 모든 것을 내어던지고 돌아와보니 아버지의 유 산이라고는 잡혀먹은 집 한 채와 천원도 넘는 빚이 새로운 채무자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언제 집 지니고 살 팔잔가」하고 제일 착수로 집을 팔았다. 이백원 밖에 안남은 돈을 가지고 장마통의 원뚝 모 양으로 터져 나오는 빚구멍을 이귀퉁이 저귀퉁이 틀어 막았 다. 급한 것만 간신히 마감은 했으나 인제는 길거리로 나앉 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집을 사글세로 얻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굶어죽으란 법은 없는지 요행으로 利신보 사의 문선공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여섯식구가 오늘날까지 입에 풀칠만은 겨우 해왔던 것이다.

세 사람이 들어서자 병식의 아내는 부엌에서 불을 때다가

『아이고 나오셨어요? 얼마나 고생을 허셨어요?』

하고 수영을 반기며 내닫다가 계숙이가 뒤에 따라들어 오 는 것을 보고 금세 샐쭉해서 물러섰다. 병식의 아내는 계숙 이와는 아주 옹추였다.

『말만헌 계집애가 남의 집 사내의 꽁무니를 멀 허자구 저 렇게 엉등 판을 흔들며 따라 댕기는거야.』

하고 계숙이가 병식을 찾아올 적마다 혀를 끌끌차며 종알 거리는 것이 한 버릇이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의누이란 다 뭣 말러죽은거람. 요샛 계집애들은 걸핏허 면 의남매두 잘헙디다. 난 진정이지 그런 꼬락서닌 보기 싫 어요.』

하고 조그마한 몸집을 뒤흔들어 가면서 남편에게 포달을 부렸다. 남편이 계숙이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볼때마다 두 눈에서 쌍심지가 돋는 듯이 강짜를 하였다. 어쩌다가 단둘 이 건너방에서 이야기를 하는 때면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다 가도 시어머니 머리맡의 미닫이를 홱 열어 젖히고 공연히 헛기침도 칵칵하고 청하지도 않은 자리끼를 띠가지고 건너 가기도 한다. 건너가서는 두 사람의 가운데를 타고 앉아서 얼토당토 않은 말참여를 하다가, 남편에게 구박을 맞고서야 고양이 낙대한 상을 하고 일어선다. 계숙이도 「형님 형 님」하면서도 병식의 아내가 달라는 것 없이 싫었다. 첫째 수다스러운 것과 사람이 쫄쫄이 때가 묻은 것과 저만 똑똑 한 체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았다. 아주 찰구식이면서도 신 식 경우도 아는 체하고 게다가 사람을 깔보는 것이 얄밉기 도 해서

『난 조따위 서울여자는 깜찍해서 꿈에도 보기 싫더라.』

하고 눈속을 흘겼다. 그렇건만 이런일 저런일도 병식을 만 나게만 되니까 이집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병식을 찾아올 때면 반드시 과자나 과일을 사가지고 왔다. 어린애들부터 입을 씻기고나서 너스 레를 놀면서 얼러주고 추켜주는 바람에 병식의 댁네는

『흥 네가 사탕발림을 시키는구나.』

하면서도 그때만은 좀 사그러졌다.

또 어떤 때는 계숙이로 해서 내외간에 대판으로 싸움이 벌 어질 뻔하였다. 병식도 어지간한 신경질이요. 살림에 쪼들려 악만 남은 사람이라. 성미만 건드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건만 계숙이와의 관계에 들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 러는 것이 더욱 수상쩍어서 아내가 달려들어 종주먹을 대면

『그만하면 입두 아플테니 고만 좀 닫혀 둬.』

하고는 돌아누우며 무슨 생각엔지 깊이 잠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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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国诗人兼导演沈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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