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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熏不死鸟

作者:沈熏    文章来历:本站原创    更新时刻:2017-7-3

沈熏不死鸟 韩国小说阅览
불사조
저자: 심훈  

목차

    1 상
        1.1 음악회
        1.2 정희
    2 하
        2.1 1
        2.2 2
        2.3 3
        2.4 4
        2.5 5
        2.6 6


음악회

지리하던 장마가 들었다. 한 주일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서 울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터분한 티끌을 한바 탕 훌부시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 칡넝쿨 같이 서리었던 구 름장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바닷속의 풀잎처럼 흐느적 기다 가는 스러지는 저녁놀에 물이 들어서 산호가지 같이 빨갛게 타는 상싶다.

남대문통 씨멘트를 깔아논 길바닥은 걸레질을 쳐논것처럼 윤이 흘렀다.

"에 좀 찬찬이 가자꾸나 아직두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세로 약칠한 흰 구두뿌리를 맵시있게 제기면서 걸어가던 동무의 소매를 끌어다녔다.

"벌써 표는 죄다 팔렸다는데 어서 따러와요"

앞서 가던 여자는 팔뚝시계를 들여다 보며 사뭇 달음박질 을 한다. 잠자리 날개같이 다려입은 불란사 깨끼적삼에 땀 이 배어 등어리의 하얀살이 내비쳤다. 그들의 뒤에도 젊은 남녀가 쌍쌍히 따랐다.

전차속도 부펐다. 손잡이에 매달려 가는 사람이 적지않다.

"요셋돈 삼원이면 쌀이 반가마닌데 밑천이나 뽑을까?"

"나역시 큰 오입인걸 그렇지만 독일 본바닥에서 공부를 했 다니깐 상당할테지……."

입장권을 떼어맡기니까 체면상 참석 안할 수가 없어서 나 선 교역자 비슷한 사람들의 주고 받는 말이다.

전차속에서 쏟아져내리는 사람들은 기마순사에게 물리는 군중처럼 허급지급 큰길을 건너 공회당 속으로 빨려 들어간 다. 문밖에서는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비명을 질르는 소녀도 있고 고무신짝을 잃어버리고 사나이들의 가랭이 밑 으로 숨바꼭질을 하는 아낙네도 있다.

정각은 여덟시인데 이십분 전에 만원패가 걸리고 경관은 정문을 닫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장내는 송곳하나 꽂을 여 지가 없다느니보다 산 사람의 숨이 턱턱막힐 지경이다.

-"조선이 낳은 세계적 천재 [바이얼린이스트] 김계훈군의 귀국 제일회 독주회"-가 첫막을 열게 된것이었다.

근래와 같이 불항한 때에 이원 삼원씩 받는 음악회가 그와 같이 의외의 성황을 이룬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김계 훈이가 독일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제금의 천재라고 일반의 칭찬을 받았던만큼 매우숙련한 기술을 보였다. 독일로 건너 간 뒤에는 유명한 음악 교수의 총애를 받아서 몇해가 못되 어 그곳의 제일 큰 [씸포니오케스트라]단의 가장 명예있는 제일 악수로 출연하였다. 그의 뛰어나는 묘기에 구라파 사 람들도 혀를 빼문다는 소식이 가끔 고국에 전파된 것이었 다. 얼마전 귀국하였을 때에 신분의 선전도 굉장하였다. 뿐 만아니라 아직 삼십도 재되지못한 드물게 보는 미남자였다.

그래서 독일여자들의 연모를 한몸에 받아 삼각사각 관계가 얼크러져서 머리를 앓을 지경이라는 로맨쓰를 고국까지 흘 렸던 까닭도 있을 것이다.

여학생들은 단체로 밀려들어서 회장을 반이나 점령하였다.

이날밤은 서울장안에 돈있는 사람 지식계급 모던껄이 총출 동으로 한자리에 모였나하여도 지나치는 말이 아니다.

장내는 몇번이나 박수소리가 일어났다. 시간은 십오분이나 지났다. 관계자들은 협문으로 들락날락하며 대단히 초조한 모양이다.

"왔다!"

"길이 막혀 사다리를 타고 들어갔다."

이런 소리가 자리가 없어 들창으로 기어오른 학생들 사이 에 들렸다. 여자들은 손수건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한눈도 팔지 않고 방금 무대위에 나타날 주인공을 제각기 상상해보 는 모양이다.

사회자가 공손한 태도로 말에 올랐다.

"…….김계훈씨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가진 것은 우리 민 족의 영광이요. 그와 같은 보배를 낳은 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기쁨입니다……."

이런 뜻으로 땀을 흘려가며 백 퍼센트의 소개를 마치고 내 려가자 장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연분홍 장미빛의 야회복자락을 잘잘 끌며 피아노 반주인 독일 여자가 무대위에 크고 적은 화환사이로 미소를 띄우며 나타났다. 그뒤를 따르는 것은 물론 이날밤 인기의 초점인 연주자- 김계훈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연미복에 백림서 이천 마크나 주고 장만하였다는 바이얼린을 끼고 경쾌한 걸 음으로 무대 중앙에 칠피구두를 옮겼다.

계훈이가 무대위에 올라서자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의 한 몸을 일제히 쏘았다. 그 찰라에 별안간 여기저기서

"탕- 탕-"

폭팔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창에 들러 붙었던 사람이 둘이나 떨어졌다. 여자들은 깡충 뛰어올았다가 주저 앉았다.

피아노 앞에 앉으며 악보를 들치던 독일여자도 두손으로 젖 가슴을 움켜쥐며 활동사진 배우같이 놀랬다. 음악회의 정숙 한 기분을 깨뜨리기를 여사로 아는 십분 사진반들이 터뜨리 는 "막네슘" 소리었다. 그 소리가 오늘밤에는 유난히 컸다.

계훈이는 잠시 눈을 찌푸렸다. 장내가 진성됨을 기다려 반 주자에게 눈짓을 하였다. 반주하는 여자는 윗통을 벌거벗다 싶이하여 등어리는 온통으로 드러났다. 이윽고 물생선같은 두팔이 백납으로 뽑아 논듯한 손가락을 따라서 피아노의 건 반 위를 어루만진다.

계훈이는 악기를 들어 턱으로 느신히 누르고 감흥을 자아 내다가 조심스러히 활을 탄기기 시작하낟. 빼에토벤의 유명 한 크로이첸쏘나타가 연주되는 것이었다.

이날밤 음악회의 순서지는 전부 독일말로 박아놓았다. 꼬 불꼬불한 곡목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상싶지않다. 더구나 컨제르르니 쏘나타니 하는 고상하고도 대단히 어렵다는 곡 조를 알아 들을 만한 전문적인 조에가 있는 사람도 그 많은 청중 속에 몇 사람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앞줄에 버티 고 앉은 신사들은

"깡깽이나 가야금 소리보다 무엇이 나을꼬?"

하면서 그래도 체면상

"거 머상불 훌륭한걸"

-하고 고개를 끄덕여 알아듣는 모양을 꾸미지 않을 수 없 다. 어떤 젊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손을 고이고 있다. 이따금 머리를 숙이면서 아랫배가 아픈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인다.

더구나 여자석에서는 얼대진것처럼 무대위를 멀거니 바라 보고 앉은 사람이 태반이다.

그중에도 입을 헤어 버려고 앉은 마나님들의 귀에는 그 미 묘한 멜로디가 모기 소리나 풍뎅이가 날르는 소리와 달음없 이 귀바퀴를 싸고 돌 따름일 것이다. 계훈이의 길찍하게 빗 어 넘긴 곱실머리와 희고도 준수하게 생긴 용모와 새끼손가 락으로 가는줄을 훓어 올릴 때면은 살살 감았다. 내리깔았 다 하는 눈초리의 표정과 불빛에 빤작거리는 보석 반지를 낀 손가락이며 폈다. 오그렸다 하는 팔의 운동이 시각을 착 란시킬 뿐이다.

더구나 계훈이는 한참 신이 나서 고상하게 말하면 인쓰푸 레슌에 겨울때에는 좌우로 몸짓을 한다. 날씬한 키에 어깨 로부터 잔허리로 엉덩이에서 연미복 꼬리로 부드럽게 흘러 내리는 곳선- 거기에는 젊은 여자들의 마음 괴로운 시선이 닥지닥지 달라붙은게 보이는 듯하다.

한 곡조가 끝이 났다. 숨을 죽이고 앉았던 여자들의 입이 풀렸다.

"저이가 저 반주하는 독일여자하구 약혼했다는게 정말일 까?"

"조선까지 따라왔을 때에는 벌써 알조지 왜 너 배가 아프 냐?"

먼저 말을 건넨 색시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동무 의 넙적다리를 살짝 꼬집었다. 피차에 흥분된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애 그렇지만 저이는 장가처가 있단다. 커다란 아들까지 있 다는데...."

"저를 어쩌나! 그럼 서양여자가 첩노릇을 하겠네"

성화를 하는 품이 남의 일같지 않은 모양이다. 호기심에 불타는 그들의 눈은 연방 계훈이와 독일여자의 사이를 부즈 런히 달린다.

순서는 거의 끝이나게 되었다. 계훈이는 여러번이나 재정 을 사양하다가 마지막 번외로 육년전 고국을 떠날때에 송별 연주회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타던 고별의 노래를 아뢰려고 줄을 골랐다. 고요하고 느리고 애련한 이 곡조만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곡조가 거의 끝이날 임시에 부인석 한편 구석에서 흙흙 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계훈이는 무심코 부인석을 바라다 보다가 얼굴에 손수건을 대고 앉은 여자를 발견하였다. 머리를 쪽진 삼십 남짓한 여 자였다. 두 번째 흘낏 계훈의 눈에 띄운 것은 여자의 빨개 진 눈이다. 눈과 눈이 이상스러히 마주치고 말았다. 계훈이 는 갑자기 무엇에 찔린듯하여 얼덜김에 바이얼린의 줄을 헛 짚었다. 활을 급히 당기는 그 순간에 "탁"소리가 나며 굵은 줄이 끊어졌다. 그 소리는 천장까지 울렸다. 일동은 무슨 불 길한 조짐을 듣은 듯 가슴이 선뜻하였다. 그다지도 성황을 이루었던 음악회는 싱겁게 끝이나고 말았다. 계훈이는 인사 도 없이 휴게실로 꽁무니를 배고 독일여자 역시 뒤도 아니 돌아보고 내려가버렸다.

장내는 모자를 집어쓰는 사람에 곡절을 몰라서 두리번거리 는 사람에 무슨일이나 생긴 듯이 수선수선하였다. 그래도 한편 구석에 진을 치고 있던 학생들은 요란스러운 박수로 짓굿게 재정을 청하고 잇다. 연주자는 으레히 악기에 새줄 을 메워가지고 다시 나오거나 고맙다는 인사라도 있어야 옳 겠건만 관계자들이 여러번 권하여도 못들은 체하고 박아 논 듯이 앉았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숨만 씨근씨근 쉬는 것을 본 독일여자는

"왜 그러새요 그러는 수가 흔히 있는데요. 자 나가서 우리 인사나 하고 들어옵시다."

앞을 서며 계훈이의 말을 거든다. 물론 독일말이다. 계훈이 는

"기분이 나뻐서 못나가요"

잡힌 팔을 뿌리치며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고는 아래 입술 만 깨물고 있다. 독일 여자는 여러 사람 앞에서 처음으로 무안을 보았다. 큰 수치나 당한 듯이 금새로 얼굴이 홍당무 가 되어 파아란 눈꼬리가 샐쭉해졌다.

"난 먼저 갈테야요!"

쏘아부치듯하고는 덧옷을 걸치며 뒷문으로 종종걸음을 친 다. 계훈이는 새끼에 맨 돌맹이처럼 여자의 뒤를 따르지 않 을 수 없었다.

손벽만 부르토도록 뚜드리고 앉았든 학생들은

"건방진 자식 같으니 서양 갔다 온 놈들은 저따위 꼬락서 니 아니꼽드라"

"가만 둬라 요담 음악회에 두고보자"

하고 두덜대며 나가버렸다.

머리를 쪽진 여자는 사람들이 일어서기 전에 그의 오라버 니 되는 사람에게 꺼둘리다 싶이하여 나왔다. 전차 속에서 도 정거장에서 섭섭한 작별이나 하고 들어오는 사람처럼 눈 물이 덧거니 맺거니 한다.

"글세 이 미거한 것아 그만 그처라 만인좌중에서 그게 무 슨 창피한 짓이냐"

어린애 말래듯 한다. 말리는 사람이 있으면 더 설어지는 법이라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숨을 죽이며 참으려 할수록 설음이 복바쳐 오로는 것 같다.

"그럴걸 무슨 좋은 꼬락서니를 보겠다구 나섰니" 방 구석 에나 죽치고 들어앉었지"

오라버니는 같이 탄 사람들이 자기네의 행동만 주목하는 듯싶어서 입을 다무렸다. 그는 서른 서너살쯤 되어보이는 청년이다. 얼굴에는 별로 이렇다할 특징은 없으나 양미간과 이마에 잔주름 잡힌 것은 고생에 찌들은 표정이다. 나이로 는 것늙은 편이었다. 그러나 수수하게 차뎠으나마 옷 매무 새라든지 몸 가지는 것을 잠시 보아도 지식계급에 처한 사 람인 것이 틀림없다. 그의 본명은 따로 있으나 "정혁"이라고 자이름을 불러야 동지들 간에 통한다. 일본 어느 사립대학 출신으로 잡지사에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었다가 이사건 저 사건으로 이삼차 큰집 출입을 하였다. 아직도 그의 머리털 은 한지 밖에 자라지 않았다.

머리를 쪽진 여자는 계훈의 아내였다. 그는 양반의 집 딸 이 대개 그러한 모양으로 아명 밖에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결혼 신청을 할 때에 임시로 지은 정희라는 이름을 부르기 로 한다.

집으로(친정) 돌아온 정희는 중문을 들어서며 집안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 가 거처하는 아랫방으로 들어갔다.

문턱을 넘다가 문지방에 채여 엎들어질번하였다.

"어디서 인제야 오셨어요" 아버님은 이때껏 주정을 하시고 아오님을 찾아오라고 걱정걱정 허시드니 그만 잠이 드셨나 봐요"

건넌방에서 모기를 쫓으며 어린애를 재우던 혁이의 아내가 추녀 밑으로 신도 아니 신고 내려왔다. 정희는 여전히 입을 다무렸다. 사람의 얼굴을 대하는것도 이야기를 하는것도 만 사가 다 귀찮은 모양이다. 그의 결곡한 성미를 잘 알고 시 누이의 일을 자기의 일이나 다름없이 동정하는 혁이의 댁내 는

"그렇게 새삼스럽게 언짢어하시면 무얼해요 늦었는데 어서 주무시지요"

하고 아랫목으로 요를 펴주고 자리끼를 다가놓고는 구둘장 이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자리위에 몸을 던졌다.

이웃집에서 새로 한시를 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 때 정희가 누운 머리말에 한길로 뚫린 들창을 똑똑 뚜드리 는 사람이 있다. 정희는 소스라져 깨었다. 다시한번 똑똑 소 리가 났다. 계훈이와 독일여자 쭈리아는 그길로 바로 공희 당에게 길건너인 조선 호텔로 빠져나갔다. 계훈이는 귀국하 면서 한달동안이나 호텔에 유숙하고 있다. 이층 남향 방이 라 방값만 하루에 십이원이다. 양식이 아니면 먹지 못하니 까 아침에 일원 오십전 점심에 이원 저녁에 삼원 오십전 합 하면 하루에 식사만 칠원이요. 심심해서 여자 혼자는 먹을 재미가 없어하니까 계훈이까지 두사람에 십사원이다. 방세 까지 얼르면 하루의 비용이 먹고 자는데만 이십육원이다.

그밖에도 뽀이에게 이활이장의 팁을 주어야하고 한두차례 택시 값이 나가고 손이 오면 접대 안할수 없으니 줄잡아도 하루에 다른 비용없이 삼십여원은 가져야한다. 삼삼은 칠 한달에 구백원이니 백원이 없는 천원 이다. 제 아무리 조선 서 몇째 안가는 이른바 백만장자의 외아들인 계훈이라도 언 제까지 나 이 비싼 호텔에서 앙코배기들과 어깨를 겨누워가 며 생활을 계속할는지 의문이다.

전라도 아전이던 그의 아버지가 두 번 만날 수 없는 좋은 기회에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갈퀴질을 해들인 재산이지만 도 재는 동이에 물붓듯 할 수는 없다. 계훈의 아버지 김장 관(경술년 전해에 삼백석직이 땅을 바치고 산 벼슬이지 만…….)은 계훈이가 양녀를 데리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펄 펄 뛰었다. 일가친척의 시비도 성이가시려니와 첫째 십어년 이나 거느리고 있던 죄없는 며느리- 더구나, 종부의 처치문 제도 대단 거북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소첩을 두셋씩이나 가려들여도 씨를 받지 못하니 맏아들겸 막내아들인 계훈의 비위도 덧들리기는 어려웠다. 설사 그가 반대를 하더라도 그의 아내인 대방마님이 남 유달른 자애로 무슨 변통이든지 해서 여률령 시행을 하는데는 자기로서는 일일이 참견할 수 가 없다.

그뿐 아니라 세상에서 자기 아들을 천재니 세계적 음악가 니 하고 굉장이 떠받드는 데는 미상불 어깨가 으쓱해질때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이현부모가 첫째가는 효도인 까닭이다.

그래서 새로 양실 한채를 지어줄때까지 하루에 사오십원씩 을 꼬박꼬박 물어주는 것이다.

호텔로 돌아온 그들은 피차에 말이 없었다. 바이얼린줄이 연주중에 끊어졌기로서니 계훈이가 그다지 흥분된 까닭을 쭈리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물어 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계훈에게는 장가든 아내 와 아들까지 새파랗게 눈을 뜨고 있는 사실을 절대 비밀에 붙여 쉬-쉬-하는 터이라 더구나 말을 통하지 못하는 쭈리아 는 감쪽같이 속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계훈이는 신도 벗지않고 침대위에 머리를 짚고 쓰러져 있 는판에 방문 밖에서 떠들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밤의 후원자들이 (대개는 독일 유학생들과 음악가 축인데 그중에 는 스르핀이라는 바이얼린 교사노릇하는 독일사람도 끼었 다) 뽀이의 안내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말없이 두사람을 자 동차에 닮아 갖이고 백화원으로 달렸다. 백화원은 하루 한 끼라도 양접시를 핥지않으면 소화와 영양상 중대한 영향이 미친다는 미국출신의 신사들이 점심때면 모여들어서 와글와 글 한바탕 영어 복습을 하는 레스트란이다.

"대단히 피곤하시겠습니다"

"우리 조선서는 처음되는 훌륭한 음악회였습니다"

"미리 주의를 시켰건만 상식없는 사진반이 큰 실수를 해서 놀라섰겠지요?"

연거피 독일말로 조선말로 사과도 하고 현기증이 나도록 치켜올데는 바람에 계훈이도 눈살을 펴고 사교 능난한 쭈리 아는 있는대로의 애교를 떨어 손들을 접대한다. 더욱이 바 이얼린 교사노릇을 한다는 스로핀은 동포인 여자앞에 더욱 은근한 태도를 짓는다.

포도주 잔이 몇번이나 부딪고 도토리만한 잔에 오륙십전이 나 받는 양주가 기울이는대도 딸렸다.

백림서 지내던 일이며 하이델베르히의 로만틱한 학생 생활 이며 이야기에 꽃이 사람이 계서 독일나라 한모퉁이가 떠들 려 조선으로 이사를 온듯하다.

"자- 이것은 문헨서 수입한 맥주입니다"

그중에 한사람은 손소 마개를 뽑아 쭈리아에게 권하였다.

쭈리아는 (김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하면서도 유리고뿌에 철철 넘치는 고향의 물을 높이 숨게 마셨다. 여러사람은 일 제히 뿌라보를 불렀다.

그때였다. 문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앞을 가누지 못하는 주정군이 사오인이나 작당을 하여 의자를 발 길로 차며 들어섰다.

일동은 그들을 마주 보는것조차 창피한 듯이 고개를 돌렸 다. 먼저 들어왔던 사람이 비틀거리고 다시 나가더니 아에 마다하고고 달아나는 친구 한사람을 끌어들였다. 그는 정혁 이었다. 혁이는 정희를 데려다주고 홧김에 길거리로 바람이 나 쏘이려고 나왔다가 야시광앞에서 그전에 잡지사에서 고 생을 같이 하던 사람들에게 끄들리어 들어온 것이다. 그들 은 어디서 한잔하고 돌아가는 길에 혀끝이 촉촉해서 제이차 로 발전을 하는 눈치였다.

혁이는 계훈이와 바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오륙년만 에 얼굴을 가까히 하는 매부와 처남! 그들은 전자부터 사상 을 감정상 피차에 담을 쌓고 지내오던 사이다. 그러나 외나 무 다리에서 딱 마주치고 보니 원수가 아닌 다음에야 알은 체 하지않을수 없는 경우 였다. 혁이는 자리도 거북하거니 와 저혼자 맹송맹송하게 앉았기도 멋적었다. 그렇다고 길이 막혀 앉았으니 빠져나갈 수도 없다. 계훈도 혁이를 못 보았 을 이가 없다. 그러나 인사를 하게되면 서양 예법상 쭈리아 에게도 말해서 소개안할 수 없다. 서로 눈에 띠우지 않으려 고 외면을 하고 있으려니 혁이의 날카로운 시선이 자꾸만 뒤통수를 쏘는 것 같아 송구해 견딜수가 없다.

"어-세계적 천재가 나타나셨군"

넥타이를 풀어헤친 그중의 한사람이 돌아 앉은채 한마디 비꼬아 던졌다.

"쉬-프 프로시아의 여왕도 왕림 합셨다" 혀꼬부러진 소리 가 뒤를 이었다.

"그럼 저 친구는 독일 공주에게로 데릴 사위로 들어간 셈 일쎄그려"

흥 여덟 팔자가 늘어졌구나"

이번에는 그중에도 상통이 험상스럽게 생긴 사람이 왕방울 같은 목소리로 떠들어 부쳤다. 이런 수작이 계훈이와 여러 사람의 귀를 거슬렸겠지만 외국사람의 눈앞이라 꿀꺽 참고 앉은 모양이다. 신경질인 계훈의 얼굴 빚은 몇번이나 변하 였다. 쭈리아는 일종의 호기심으로 일동만 바라본다.

잡지사 축은 테이블을 뚜드려 맥주를 청하였다. 그중에 좀 채신없이 생긴 사람이 계심츠레한 눈으로 혁이와 계훈이를 번가라 보더니 큰 발견이나 한것처럼

"참 저사람과 자네가 남매간이 아니든가?"

묻지 않는 소리를 불쑥한다. 혁이는 식탁 밑으로 그사람의 발둥을 꽉 눌렀다. 함구령을 내리고는 혁이도 한잔을 마셨 다.

저편 식탁에선 또 독일말이 어우러졌다. 험상스럽게 생긴 친구가 듣다못하여

"에- 비위가 역한걸" 하고 벌떡 일어서더니

"내 저자들 한테 경의를 표하고 옴세" 하고 맥주병을 들고 계훈의 테이블로 갈지자 걸음을 걷는다. 그사람은 공회당에 도 갔었던 모양이다.

(허- 저사람이 또 탈선을 하는군) 하면서 혁이는 혀를 찼 다 그사람은

"여 여러분 실례 많이 하겠습니다."

하고 식탁 모소리와 이마뚝을 할만큼 머리를 숙이고 나서 는 허리를 뒤로 젖히고

"김계훈씨! 당신과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가진 것은(가슴에 손을 얹으며)우리 민족의 영광이요……"

하다가 코소리를 섞어 야릇한 기침을 두어번 하고나서

"또한 당신의 대부인께서 당신과 같은 보배를 빠트린 것은 세에계에 자랑할 우리의 기쁨입니다."

공회당에서 사회하던 사람의 구조로 몸짓까지 흉내를 내니 까 쭈리아는(옳지 술 취사람까지도 우리들을 축복해주는구 나) 하고 머리숙여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한다.

그는 또 최경례와 함께 맥주 한잔을 따라서 계훈의 앞에 공손히 바쳤다.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자-여러분 시종들도 한잔 드시지요"

하고 잔마다 술을 엎질러 놓는다. 저편 식탁에서는 깔깔 웃으며 손벽을 치며 응원을 한다. 하도 어이가없어 바라보 고만 앉았던 계훈이는 얼굴의 근육이 씰룩씰룩 떨리더니

"너이들이 누구를 놀리는 셈이냐?"

새되게 소리를 지르며 입술을 앙물더니 맥주잔을 힘껏 내 던졌다. 술잔은 험상한 얼굴을 정통으로 맞췄다. 흰 양복에 피가 흐른다. 식탁이 엎어지며 와르르하고 깨어졌다. 그 사 품에 쭈리아는 "으악!" 소리를 지르며 요릿간으로 몸을 피하 였다. 계훈이는 날쌔게 달려들어 저를 모욕한 사람의 멱살 을 추켜잡고 바른손으로 식탁위의 나이프를 번쩍 들었다.

내려 찍으려는 순간에 그의 팔은 혁이의 손에 잡혔다.
정희

정희가 거처하는 방의 들창을 뚜드린 사람은 정희를 길러 낸 늙은 유모였다. 그는 김장관 집에서 정희가 떼어 놓고 온 계훈의 아들 영호를 보아주고 있었다. 정희가 반색을 하 며

"이밤중에 웬일이요?"하고 앞문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 려니까 어둑컹컴한 쓰레기통 뒤에서 영호가

"엄마……."

하고 내닫더니 들창으로 두손을 버린다. 정희는 잠자코 대 문의 빗장을 소리없이 벗기고 유모와 영호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유모는 앉을 사이도 없이

"아기가 선잠이 깨서 잠꼬대하듯 자꾸만 엄마를 찾어 오라 구 사뭇 떼를 쓰니 어떻게 해요. 나중에는 심술이 나서 할 퀴구 쥐어뜯구하니 사람이 견딜수가 있어야지요. 대방마님 이 아시면 큰일 나겠지만 내일 아침 일찌감치 데리고 갈 밖 에요"

정희는 풀이 죽어앉은 어린것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엄마가 그렇게도 보구싶든?" 하곤느 얼굴의 눈물 흔적을 지어준다.

"그럼 자꾸만 보구싶어 난 인제 집에 안가구 엄마하구 여 기서 살테야"

영호는 엄마의 무릎으로 깡충 뛰어 오르더니 복성스러운 뺨을 어머니 얼굴에 대고 부빈다.

고 따스하고 보드러운 촉감은 사랑 덩어리인 어머니의 눈 물을 자아냈다. 누르면 터질듯하던 눈물이 쏴르르 쏟아졌다.

따근한 자애의 결정이 토실토실한 영호의 손등위에 방울방 울 떨어졌다. 정희는 어린 것에게 언짢아하는 눈치를 보이 지 않을 양으로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유모도 덩달아 훌쩍 훌쩍 우는 모양이다. 영호는 엄마의 팔을 끌어 다리더니,

"으응 엄마가 우네. 그럼 나두 울테야" 입을 삐죽삐죽하며 금새로 울음이 터지려고 한다.

"아니다 내가 울긴 왜 울겠니. 며칠 만에 너를 보니까 반가 워서 그렇지"

아직도 목멘 소리로 영호를 달랜다. 이번에는 유모가 다가 앉으며

"글세 모자의 정이를ㄹ 별안간 떼려니 될번이나한 말이야 요" 핏줄이 켕기는 걸입쇼. 낮에는 장난감 속에 파묻혀서 군 것질하는 맛에 어머니 생각을 못하지만 밤만 되면 아주 사 람을 못살게 굴어요 이것 좀 보세요 생으로 물어 뜯어 서……"

하소연하듯 하며 말라붙은 젖꼭지를 내여보인다. 영호는 저딴에는 가엾은 듯이

"엄마만 데려다 주면 안그랫지 내 다시 안그럴게에"

엉석부리듯하며 발갛게 부르른 젖꼭지를 "씌-씌-"하고 만 져준다. 유모는 가벼히 두드려주며

"참 아씨!아까 음악회에 가섰드라지요" 마님께서 먼 발치로 보주 못마땅해 하시겠지요. 아드님도 소중하지만 종부님을 죄없이 친만해도 복 못받으실 장본인데 뭣이 유이부족해서 아주 불상견을 하실련 아주 끝끝내 의절을 하시나요" 단 하 나밖에 없는 손주님까지 누구 정씨댁 같은 예문가에서 사대 씩이나 한집안에 뫼시구 이렇게 늙었지만 난 그런일을 첨 당하는 길입쇼. 그까진 귀신 같이 생긴 양녀허구 며칠이나 부질하실라구……(한 숨을 한바탕 쉬고나서)서방님이 서양가 신 뒤에 참 뜻밖에 태기가 기셔서 유복자처럼 낳으신 아기 지만 그래두 당신 혈속인데 아기를 보시구 어쩌면 손목 한 번 않만져 보시오" 그양반도 아마 환장을 하섯나봐요"

"아이구 수다스럽소 어린애 듣는데……"

유모에게 눈짓을 한다.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어서 두눈만 깜작깜작하고 듣고 있던 영호는

"참 그이 빠오롱 썩 잘한대 나두 하나 사줘 응 엄마!"하고 조른다.

"그래 크면느 사주구 말구 그런데 너 누구더러 그이라구 그러니?"

"집에 날마다 오는 키 커어다란 사람말야 접때는 그이가 양녀하구 와서 화재하구 수박하구 먹고 갔다누 난 유모가 업구 가서 얻어먹지두 못하게 하구"

원망스러히 유모에게 눈을 흘긴다. 정희는 다른 말은 못들 은 체하고

"글세 그이가 뭐야" 아버지라구 불르지?"

영호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버지 참 할머니가 그이더러 자꾸만 절하구 아버지라구 그러래. 그렇지만 난 싫여 양녀루 무섭구"

하더니 또 무슨 생각이 나는 듯

"참 엄마 그 야녀 봤우" 눈깔이 딸대 처럼 파아랗겠지!"

하면서 손가락으로 제 눈을 꼭 찔러 보인다.

짤막한 여름밤도 눈뜨고 세기에는 삼동 같이 길었다. 두시 치는 소리를 듣고 정희는 어린 것을 자리에 눕폈다. 영호는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엄마의 젖가슴을 꼭 끌어안고 조그맣게 하품을 깨물더니 금새로 다르랑다르랑 코를 곤다.

오래간만에 제 보금자리에 품기고 보니 제딴에도 안심이 된 모야이다.

"저 눈, 저 코, 어쩌면 그렇게도 네아버지를 닮었니?"

정희는 영호의 자는 얼굴을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들여다 보고 앉았다.

천사의 날개에 고히 덮인듯한 어린것의 얼굴을 유심히 들 여다볼수록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이 고대로 떠오른다. 장성 해진 영호의 얼굴이 뒤를 이여 나타난다. 그 두가지 환영속 에서 자기 자신의 신세도 비추어 보았다. 그림자 많은 오만 살이나 찌푸린 하늘 같이 흐려서 앞으로 조고마한 광명조차 비쳐올 것 같지가 않다. 오직 시꺼먼 구름장이 가슴 한복판 을 짖누를 따름이다.

"내가 왜 음악회엔 갔든고?"

차라리 그 얼굴을 보지나 않았드면 하였다.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이 후회뿐이었다.

-생리적으로 아무 결함이 없는 정희는 오륙년이나 공규를 지켜왔다. 시부모를 돌고 어린 것을 기르느라고 청춘의 가 장 꽃다운 시절을 허송하였다. 모든 것을 참고 남편이 성공 한 뒤에 하루바삐 돌아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성공했다 는 전문을 굉장히 놓고 돌아오긴하였다. 그러나 짝잃은 기 러기와 같이 외롭고 고달픈 자기에게는 하룻밤의 위안조차 주지않았다.

남편이 상해까지 와서는 어머니에게 기다란 편지를 보냈 고, 그편지를 받은 날 시어머니는 기쁜 빛을 숨기지못하는 며느리를 불러세우고

"그 애가 볼일간 온다는데 네가 집에 있으면 대단히 거북 한일이 있다구 특정을 했으니 며칠 동안만 눈에 띄우지 않 게 네집에 가있거라"

천만 꿈밖의 명령이었다. 정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메우 섭섭하리마는 무슨일인지 서서히 눈치를 봐서 기별 허마....너두 알다싶이 성미가 괴팍한 애가 돼서……"

천지가 아뜩하여 그 자리에 쓸어질듯한 며느리를 홀낏 쳐 다보고는

"네집에 무에 있겠니?"하고 주머니를 끌르더니

"이걸로 용돈이나 써라"

내미는 것은 십원짜리 지전 다섯장이었다. 어느 영이라 거 슬을 수도 없었다. 정희는 남편이 오기전에 친정 뜰아래 방 으로 예비금속을 당하였다. 그의 시부모는 오십원의 입원료 를 선대하여 전염병자를 몰아 내듯이 살을 저며 먹이고 싶 도록 귀여운 아들과도 격리를 시켜놓았다.

"오십원 받고 쫒겨났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앙가슴을 쥐어뜯고 싶도록 분하고 절 통하였다. 그러나 점잖은 집안에 태어나 양반의 범절이 골 수에 박힌 정희는

"십여년 동안이나 아침 저녁 너이들에게 문안을 하고 조석 을 받들고 온갖 시중을 다하고 심지어 반빛아치 침모 노릇 까지하고 그뿐이냐 사대가 독신으로 지내는 집에 아들을 낳 아 손을 이어주고 오륙년이나 생과부 노릇을 한 그값이 단 돈 오십원이란 말이냐?"하고 발악을 하며 지전장을 갈가이 찢어 그 피둥피둥한 시어머니 상관에다 끼얹어버리지도 못 하였다. 반한은커녕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는 내야하는 것 이 현부인 자랑스러운 도덕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계훈이가 귀국하던 전전날밤 조고만 보자기에 당 장 아쉬운 옷가지만 꾸려 가지고 휘장을 씌운 인력거에 몸 을 실었던 것이었다.

……전등불이 나갔다. 물장사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골목안 의 새벽 공기를 흔들어 놓는다. 정희는 그때야 눈을 붙여 보려니까 대문소리와 함께 마당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아랫 방 미닫이를 불쑥 열며

"정희야!"

하고 들여미는 것은 혁이의 해쓱한 얼굴이었다.

백화원에서 벌어졌던 싸움은 혁이가 간신히 뜯어 말렸다.

험상한 친구는 분이 머리 끝까지 올라서

"독일 학생이 결투한다는 건 들어서…… 흥 각가지로 흉내 를 내는구나"

하면서 쌈패 모양으로 윗통을 벗어제치고 범같이 뛰는 것 을 혁이 혼자 방패노릇을 하느라고 모시두루마기가 부시깃 이 다 되었다.

계훈이는 진발로 기어올른 개발 자국이나 닦듯이 흰 수건 으로 연미복 자락을 툭툭 털면서 혁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뒷문으로 빠져 나가려한다. 문간에 쭈리아와 스르핀이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는 뿡뿡 거리며 손을 제촉한다. 계훈이가 문을 열고 발 하나를 내디 디려하니까 등뒤에서

"계훈이!"

혁이의 노기를 띄운 목소리였다. 계훈이는 발길을 멈추었 다.

"이리 좀 오게"

계훈이는 오도 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섰다가

"내게 할말이 있오?"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십여년전 장가를 들러 갔을 때에는 마주 허게를 하던터이었으나 저보다 서너살이나 손위요 노 성한 처남에게 허게는 할수 없엇다.

"헐말이야 있고 없고간에 싸움을 말리느라고 이모양이 되 었으니 인사 한마디 쯤은 하구 가야 도리에 옳겠지"

모자에 손이 달락말락 하였다. 혁이는 (엎질러 절 받기로구 나)하고 결투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서 앉게 헐말이 있네"

"볼일이 있어 가야할텐데……"

한마디를 내던지고 또다시 돌처선다.

"여보게……"

언성이 높았다.

"볼일이단 자는 볼일 밖에 없겠지 하로 저녁 잠좀 덜 자는 게 문제가 아니야"

자못 흥분된 어조다. 그때 주리아가 기다리다 못하여 들어 오더니 다짜고짜 계훈의 파을 끌어다린다. 혁이는 벌떡 일 어스며

"당신에게 꼭 일러둘 말이 있오이다."

영어로 명령하듯이 하였다. 피차의 발음은 서투르나마 간 단히 영어회화는 주고 받을 줄 알았다.

배오개 네거리에서 동소문 편으로 통한 큰 길은 통안 병문 이라. 그 길로 올라가는 전차에 사람이 어떻게 많이 오르는 지 정거수가 미처 차표 값을 다 받지 못할 지경인데, 사람 이 차에만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이 아니라 거리 가는 남녀노 소가 넓은 길에 빽빽하도록 찼으니, 이는 그 길이 특별히 번창하여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날이 일요일인 고로 일 반 관민들이 골몰 무가히 지내다가 하루 한가한 겨를을 얻 어 창덕궁 안 동물원"박물원"식물원을 구경하려고 가는 사 람들이라.

이왕 정시나절일 제 뵈일 때 팔도 선비가 장중에 들어가느 라고 집춘문이나 월근문에 부문하는 일체로 그 많은 구경군 이 홍화문 앞에 와서 낱낱이 표 한 장씩을 사서 들고 문안 으로 들어가더니 넓으나 넓은 곳에 각기 마음대로 이리로 떼를 지어 간다. 그 중에 어떠한 처녀 하나이 나이는 십일 세가 겨우 됨직 하고 이목구비가 떡으로 빚고 붓으로 그린 듯한데, 삼단 같은 머리를 발뒤꿈치까지 치렁치렁하게 땋아 느리었는데, 고운 모시 진솔 치마를 과히 상스럽지 않게 남 의 눈에 거치지 않을만치 머리에다 쓰고 근 오십된 노파의 뒤를 따라가며 나직한 음성으로,

"에그 할머니, 사람도 퍽으나 많습니다."

"글세, 난 이런 줄은 몰랐구나."

"저 많은 사람의 틈을 부비고 구경하려다가는 고생만 하고 구경은 못할 터이니 그만두고 도로 나갑시다."

"이애, 이왕 들어온 것이 절통하니 저기 저 소나무 밑 한편 구석에 가만히 앉았다 사람이 좀 빠져나가거든 구경하고 나 가자."

"그러다가 너무 늦으면 아비에게 사설이나 듣게요?"

"오늘 구경 온 것을 네 아비가 번연히 알고 내가 데리고 왔는데 무슨 사설을 할라구 그러느냐" 아이들이 어른을 무 서워하기도 하여야 사람이 되느니라마는 오늘은 관계치 않 다."

노파는 앞을 서고 처녀는 뒤를 서서 바른손편 언덕 솔나무 밑 잔디밭에 앉아서 그 아래 길로 구경 들어가는 사람을 내 려다보며,

"할머니, 사람도 많이 들어옵니다. 나가기도 적지 않게 나 갔는데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요."

처녀가 맞은편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더니,

"할머니, 저기 영록이도 구경을 왔습니다."

"어디 말이냐, 응 저기."

"하나 둘 셋째 교의에 회색 두루마기 입은 어른 곁에 앉은 것이 영록이 아니오니까?"

노파가 손을 들어 넘어가는 햇빛을 가리고 자세히 건너다 보다가,

"참말 영록이가 거기 앉았구나. 에그, 그것 잘도 생겼거니, 저의 부모 마음에 여북 귀히 여길까! 우리 연희도 그만치 못생긴 것은 아니지마는 야속한 삼신이 계집애로 점지하셔 서 일상 섭섭하지. 영록 같이 똑똑히 생긴 사위나 얻었으면 한이 없겠다마는."

연희가 그 말을 듣더니 두 뺨이 빨개지며 다시는 아무말도 아니하더라. 영록은 남부 아래 다방골에 사는 김의관의 아 들인데, 김의관이 늦게야 영록을 낳아 금은보패보다 더 귀 히 여기는데, 가세 요부하므로 의복 음식을 제 마음에 부족 한 것이 없도록 하여주는데, 영록 나이 팔구 세 때부터 철 난 아이 모양으로 글 배우기를 자원하니, 김의관은 제 말이 기특하여 천자 읽히기를 시작하였는데, 이 아이 정신이 어 찌 좋은지 한 번 들으면 잊지를 아니하니, 비단 저의 아버 지되는 김의관만 좋아할 뿐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칭찬 않 는 이 없더라. 김의관이 신식 문견은 소대하여 언론 수작이 갑오 이전 완고 시대로 있어, 영록을 남의 집 아이들 일반 으로 학교에를 보내어 체육"지육"덕육을 시킬 줄은 모르고 시골 생원님을 데려다가 사랑에다 두고 동몽선습"통감 등속 을 가르치는데, 아들 자랑하는 마음으로 봄가을 일기가 좋 은 때이면 한두 차례 데리고 구경을 다니는 터이라. 촌 학 구가 구식으로 가르치는 글방에 공일이 어찌 있으리요마는 동리 사람들이,

"오늘이 공일이지" 쉬는 날이니 구경이나 갈까!"

하고 나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물려가는 것을 보고 영록 이가 저의 아버지에게 동물원 구경가기를 조르니, 김의관은 제 말에 못이겨 영록을 데리고 동물원으로 들어가 각종 동 물을 차례로 구경시키고, 장차 식물원 구경을 갈 터인데, 어 린 것이 오래 서서 돌아다녀 다리가 아파할까 하여 연못가 교의에 한가히 앉았다가,

"영록아, 그만치 구경하였으니 해도 늦어가고 다리도 아픈 데 고만 집으로 돌아가자."

"식물원 구경은 아니하고요" 거기는 각색 화초가 모두 만 발하였는데 나는 다리가 아니 아파요."

김의관이 껄껄 웃으며,

"에그, 그 자식 구경도 좋아한다. 그리해라."

하고 벌떡 일어나 식물원을 향하고 영록의 손목을 이끌고 올라가는데, 저의 할머니 말에 부끄럼을 못이겨 두뺨이 빨 개지던 연희는 정신없이 식물원으로 올라가는 길만 뚫어지 게 바라본다.

"할머니, 고만 구경을 가십시다. 인제는 사람이 많이 나가 고 과히 분잡치를 아니합니다."

"오냐. 그리해라."

노파는 그 구경을 몇 번이나 하였던지 이력이 뻔하여, 바 로 동물원으로 먼저 가 박물원으로, 식물원을 마지막으로 볼 작정인데, 연희는 무슨 사상이 있던지 식물원 길로 쭈루 루 앞서 간다. 노파가 가다가 딱 물러서며,

"이애 연희야, 이리 오너라. 저리 가서 노루"사슴"호랑이"사 자 각색 짐승을 먼저 보고 나중에 그리가자."

"저기부터 가보아요."

노파는 어린 아이의 뜻을 꺽지 아니하려고,

"오냐, 아무려나 하여라. 예부터 보나 제부터 보다 일반이 지."

하며 조손이 식물원으로 나가는데, 김의관은 영록을 일찍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작정으로, 이것저것 대강 대강 구경 을 시키고 나오는데, 중로에서 연희 일행을 만나니, 김의관 은 부인의 오는 것을 보고 체통을 차려 멀찌기 외면을 하며 걸음을 걷고, 노파는 남자가 마주 오니까 내외를 하느라고 길 옆에 돌아섰는데, 연희와 영록은 어린아이들이라 무슨 페모를 알아 길을 서로 사양하리요" 오거니 가거니 서로 이 마를 맞닿을만치 마주뜨렸더라. 영록은 연희를 유심히 보고 연희는 영록을 여겨 보다가 영록이가 먼저,

"너도 구경을 왔구나, 왜 인제야 왔니" 나는 벌써 다 보고 나가는데."

"‥‥‥‥‥‥."

영록이가 노파의 앞으로 쭈르르 가서,

"연희 할머니, 구경오셨어요?"

"오, 너 왔니?"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벌써 와서 구경을 다 하고 지금 갑 니다."

"나는 인제야 왔다. 먼저 잘 나아가거라. 나는 천천히 가겠 다."

아이들 마음에 동리 어른을 만나면 반가와하는 것은 예증 이라, 영록이가 저의 아버지를 부리나케 쫒아가더니,

"아버지, 우리 집 앞에 있는 연희도 저의 할머니와 구경을 왔어요."

"응, 어서 가자."

"더 구경을 하다가 같이 나아가지요."

"에, 철 없는 놈, 어서 나아가자."

영록이가 다시는 조르지 못하고 저의 아버지를 따라가더 라.

연희는 영록이 가는 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는지라, 노 파가 손목을 잡아당기며,

"이애, 무엇을 그렇게 보고 섰느냐" 어서 구경하러 가자."

"사람이 다 나가니까 도리어 심심한데요."

그러면 계집아이가 사람 많은 데로 함부로 다닐까" 심심한 것이 다 무엇이냐?"

하여 꾸짖어 데리고 이리저리 차례차례 구경을 시키며 혼 자 마음으로, (그것의 거동이 우습고도 맹랑하지 아니한가‥‥ 아까 실 없은 말로 저와 영록과 혼인을 정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더 니‥‥.) 하고서 손을 이끌어 집으로 돌아왔더라. 연희 아버지 서하 고서 손을 이끌어 집으로 돌아왔더라. 연희 아버지 서주사 는 가세가 넉넉지 못한 탓으로, 내지인 고목 변호사의 사무 원이 되어 낮이면 그 사무소에 가있다가 밤이면 집으로 돌 아오는데, 그날은 일요일이라 사무소에를 아니 가고 집에서 서류를 정리하느라니, 대문 소리가 찌꺽 나며,

"연희 왔니?"

서주사가 미닫이를 열고 내다보며,

"거 누구냐" 영록이로구나."

"연희, 그저 아니 왔어요?"

"아직 아니 왔다. 너도 구경갔더냐?"

"예, 갔다 왔어요."

"너의 아버지 댁에 계시냐?"

"저의 아바지께서 구경 가셨다 오셨어요."

"오, 오늘이 공일이니까 글을 아니 읽고 구경갔다왔구나."

"제가 어디 학교에를 다닙니까, 공일을 보게" 제 선생님께 서는 구학문 선생님이시니까 공일을 모르시오."

"공일 아니 보면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좋지마는, 연골 때 부터 학교에를 다녀야 하는걸."

"아바지께서 학교에를 가면 여러 아이들하고 장난이나 하 다가 다치기도 쉽고 공부가 잘 아니된다고 아니 보내셔요."

"허허, 너의 아버지께서는 착실한 완고시로구나. 오냐, 아 무 데서라도 공부만 잘하여라."

벼루 혈합을 열고 색지 쪽을 주며,

"이것 갖다가 서수 속에 넣어라."

영록이가 색지를 받아들고 여득 천금하여 벙글벙글 웃으며 나아간 뒤에 서주사가 혼자 하는 말이라.

"남은 무슨 복으로 저런 아들을 두었노! 우리 연희도 저만 치 못생긴 터는 아니지마는 아들이 못되고 딸이 되어서 귀 해 하다가도 한편으로 일상 섭섭한 마음이 있지."

하며 보던 수지를 마저 상고하는데 연희가 저의 할머니 처 마 자락에 매달려 들어오며,

"아바지, 나 구경하고 왔소."

서주사가 문을 열고 마루 아래까지 마주 내려가며,

"어머니, 인제야 오셔요."

"압다, 사람이 어찌 많은지 어린 것을 데리고 어디 구경하 겠더냐."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사람이 많을 터이지요. 그래, 구경을 못하시고 오셔요?"

"왜 구경을 못하기는, 한 편 길치워서 우두커니 앉았다가 사람이 거진 나아가기를 기다려서 구경을 하느라고 이렇게 늦었구나."

"이 앞집 영록이는 벌써 와서 연희를 찾아왔던 걸요."

"에그, 그놈 사내자식이라 맹랑도 하다. 그 넓은데를 다 돌 아다니다 와서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연희를 찾아왔구나. 다 시 보아도 그놈 잘도 생겼어. 우리 연희와 혼인을 하였으면 좋겠더라."

"그까짓 것을 어느새 혼인 정하는 것이 다 무엇입니까" 아 직 내버려두었다가 제 나이 차거든 정혼 출가를 시키지요.

그뿐 아니라 저년 하나 분인즉 데릴사위나 하여 의지를 하 여야 할 터인데, 설혹 영록이와 정혼을 하기로 김의관이 무 엇이 부족하여 외아들을 데릴사위로 보내겠습니까?"

"그도 그렇다마는, 네 댁이 지금 아주 단산지경은 아닌즉, 설마 또 낳지 못할라구 그렇게 생각을 두느냐?"

나는 아무리 단산 지경은 아니라도 신병이 심장치를 않으 니 또 잉태하기를 바랄 수 없고, 천우신조하여 수태를 한 대도 무슨 복력에 아들 낳기가 쉽사오며, 아들을 낳기로 잘 기르라는 데 없고, 기른다니 어느 세월에 재미를 본단 말씀 이오니까?"

서주사의 어머니 성은 장씨이니, 자녀간 생산은 부지런히 하였으나 낳는 족족 낭패를 보고 늦게야 서주사를 낳아 세 살이 겨우 되자 저의 아버지가 세상을 버리니, 과부로 각색 고초를 다 겪으며 그 아들을 길러내어 며느리도 보고 초사 를 시켜 늙기에 재미를 보는데, 그날 그 아들의 낙심하는 말을 듣고 제 마음을 위로겸 자기의 경력을 이야기한다.

"이애, 그리 낙심하지 말아라. 나도 너를 낳기 전에 무슨 마음이 아니 들었겠느냐" 남의 집에 들어와 후사를 끊게 한 생각하면 하루도 몇 번씩 죽고 싶더니, 급기 막내로 너를 낳아놓고 핏덩이를 들여다보면 생각할수록 저것을 언제나 길러 재미를 볼꼬 하였더니, 네가 벌써 사십이 불원하고 그 속에서 난 자식이 열한 살이나 되었으니 세월이 잠깐이더 라. 올내년간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놓으면 네가 늙기에 넉넉히 그 재미를 볼 터이니 공연히 너무 낙심을 말 아라."

그때 마침 대문 밖에서 누가 주인을 찾는 소리가 나거늘, 서주사가 분분히 나아가 보니 이는 별사람이 아니오, 곧 앞 집 김의관이라. 사랑으로 맞아 들어가며,

"영감 오셨소?"

"오늘은 댁에서 편히 쉬시구려."

"예, 그리했습니다. 담배 붙이시오."

김의관이 궐련 한 개를 피워 물고 두어 모금 빨더니,

"오늘 동물원 구경을 하고 왔거니오."

"그리하셨소" 무슨 가관이 많이 있어요" 나는 집에서 볼일 이 좀 있어서 꼼짝도 못하였는걸요."

"압다. 구경할 만한 것이 여러 가지던걸요. 동물원에는 동 서양 기기괴괴한 짐승이 많고, 박물원에는 고금의 명화"명필 과 각종 고물이 평생 처음 보는 것도 많고, 식물원에는 형 형색색 좋은 화초도 많습디다. 그러나 구경군이 어찌 많은 지 좀체 볼 수가 없습디다."

"아마 사람이 그렇게 많았을 것이요. 볼 만한 것이 많기도 하고, 오늘이 쉬는 날이니까 각 관청 관리와 관공"사립 학도 가 모두 갔을 터이니까."

"아마 노형 댁에서도 구경을 가셨지요?"

"내 딸년이 지각없이 조르니까 우리 자친께서 데리고 가셨 다 오셨지요."

"아마 그러신가 봅디다. 노형 자당은 뵈옵지 않은 터이니까 자세는 몰랐으나, 노형 딸아기는 내집에를 이따금 온 것을 더러 보아 알뿐 아니라 우리 놈이를 보더니 저희끼리 반가 와서 지껄입디다. 내가 지금 노형심방 오기는 우슨 말씀 한 마디를 하자고 왔는데 노형이 팔시나 아니하실는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읍니다만 괄시할 리가 있습니까""

"다른 일이 아니라 내 자식도 노형이 조석으로 익히 보신 터이오. 영애도 내가 많이 본 터이니 피차 불필타구로 사돈 이 되면 어떠하겠소?"

"노형이 그 말씀을 먼저 하시니 말이지, 지금 우리 자친께 서 구경터에서 자제 아이를 보시고, 다시 보아도 잘생기었 더라고, 여식과 정혼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시기에 내가 여쭌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여쭈었습니까?"

"신랑은 다시 더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형댁 가품을 동리 간에 일상 흠선하던 터이니까, 통혼을 하여 댁에서 아 니 들으시면 모르거니와, 허 아직 주단 거래가다 무엇이오 니까마는 노형 의향이 그러하시거든 아무려나 보내시지요.

허락곧 하시면 그만치 좋은 일 다시 없으나, 내 신세를 생 각하고 자친께 여쭙기를 혼처는 더 말할 게 없이 극가하나 사십지년에 쓸 자식은 없고 딸년 그것 뿐인 즉, 불가불 데 릴사위를 하여 앞에 데리고 있어야 할 터인데, 그 집에서 귀중한 외아들을 무슨 대사로 데릴사위 줄 리도 없고, 무슨 염치로 달랄 수도 없으니까 그 아니 딱하오니가 하며 모자 가 무한 개탄을 하였는데, 지금 노형이 먼저 통혼을 하십니 다그려."

"노형 사정은 그러하시겠소마는, 그럴 것 없소. 내 집과 노 형 댁이 한마당에 있어 한집안과 일반인즉, 혼인 지낼 지경 이면 자식놈이 데릴사위 일반으로 노형 댁에 와 있다시피 할 터인즉 두말 마시고 아주 정혼을 합시다."

서주사가 가만히 생각한즉 신랑도 욕심이 나고 그 집형세 도 불빈할 뿐 아니라 가품이 매우 좋은 줄을 익히 아는 터 인즉 그런 혼처 내어놓기가 아까와서,

"노형이 미거한 여식을 어떻게 보셨는지 이처럼 친히 오셔 서 말씀을 하시니 어찌 감히 이론을 하오리까?"

"감사하오, 기위 면대를 하여 정혼한 터이니 아주 오늘 주 단을 보내오리다."

"그까짓 입에서 젖내나는 것들을."

서주사가 그 말을 마치고 김의관을 작별한 후 안으로 들어 가 자기 어머니와 부인께 정혼한 이야기를 하고, 주안을 분 별하여 내다가 김의관과 삼사 배 나눈 뒤에 김의관이 자기 집으로 돌아와 자기 부인 오씨와 말을 하고, 즉시 영독을 불러 사주단자를 대간에다 쓰라 하여 백지로 봉하고 싸리를 쪼개어 같이 한반을 끼워 위아래를 다홍실로 휘휘 감아서 서주사 집으로 보냈더라.

서주사가 김의관을 보내고 안으로 들어가 자기 어머니와 부인 임씨에게 연희 정혼한 이야기를 하니,

"오냐, 잘 정했다. 신랑도 다시 골라야 영록이 만한 자격이 없을 것이요, 그 집 벌절도 격장가에서 우리가 다 아는 터 이니 아주 잘되었다. 신랑은 다시 보아도 잘생겼던걸. 오늘 구경터에서 보아도 그 많은 아이들에 하나도 눈에 드는 아 이가 없고 영록이가 제일 잘생겼던걸."

임씨는 자기 시어머니 말 끝에,

"에그, 제일 시집이 가까워서 좋고, 만일 저것을 멀리 시집 을 보내놓고서야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살 수 있나?"

"우리도 영록이를 일상 탐을 냈지마는, 김의관 집에서도 우 리 연희를 대단히 탐을 내었던 것이야."

이 모양으로 좋아하며 아직 혼인을 지내지는 아니하였으나 두 집에서 서로 사까이 지내기는 한 형제집보다 조금도 못 지 아니하더라. 이왕에는 영록과 연희가 날마다 서로 찾아 다니며 소꿉질도 하고, 말농질도 하여 저희끼리 사이가 썩 가깝더니, 두 아이 나이 십세가 가까와음으로부터 영록은 글 읽느라고 한만히 다니지를 아니하고, 연희는 침선 배우 느라고 대문 밖에를 아니 나가므로 서로 자주 만나지를 못 하다가, 그날식물원으로 나가는 길에서 만나 a한 반가와 말 몇 마디를 하였는데, 급기 혼인을 정하여 놓으니, 영록은 사 내놈이라 일호도 부끄럼이 없어 전보다도 더 부지런히 서주 사의 집에를 건너와서 연희를 보려고 기웃기웃 하는데, 연 희는 계집아이라 혼인 정하기 전과 같이 않아 부끄럼을 못 이겨서, 영록의 음성만 나면 어느 구석에 가 쥐 숨듯 숨어 서 내다 보지도 아니하니, 장씨노파는 그것들 하는 양이 재 롱스러워서, "연희야, 숨기는 왜 툭하면 숨느냐" 네가 시집 을 가서도 네 신랑을 보고 저 모양으로 숨을 터이냐?"

"어디로 갔느냐" 할머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고만 내버려 두오. 제 신랑 재목이 왔으니까 부끄러워 그 러나 보오. 이애 영록아, 너는 부끄럽지 않으냐?"

영록이는 그 대답은 아니하고 벙글벙글 웃기만 한다.

장씨가 영록의 손목을 어루만지며,

"사내자식이라 맹랑하거든! 부끄러워하기커녕 뱃심 좋게 웃 기만 하는걸."

하고 벽장을 열고 과실을 내어 먹이더라. 그 같이 재미스 럽게 지내는 광음이 어느덧 두 아이 나이 십삼 세씩 되었더 라. 김의관은 완고의 사상으로 아이를 성례를 시키자거니, 서주사는 조혼의 폐습을 들어 아직 급하지 않다거니 하여 날마다 상지 중이더니,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살 세상이라 고 남과 송사는 왜 그리 좋아하던지 고목 변호사에 송사 위 임하는 원피고가 날마다 답지하여 일반 사무원이 미처 눈을 뜰 겨를이 없는 중, 부산 땅에 큰 송사가 한 가지 있어 변 호사가 불가불 출장 변론을 하게 되었는데, 고목 변호사는 경성에서 재판하는 일이 여러 가지 관계가 되어 사무원 하 나를 데리고 출장시킬 터인데, 사무원 중 법률에 밝고 변론 잘 할 만한 사람은 서주사가 제일이라, 부득이 당일로 급히 발행하게 되어 가사를 분별할 여부 없이 총총히 떠나며 자 기 어머니께,

"어머니, 일이 급하여 장황히 말씀을 여쭙지 못하고 떠나가 오니, 저 집에서 혼인 말을 하거든 신부의 아비가 다녀오거 든 의논 조처하자고만 하십시오."

간신히 자기 어머니께 하직절 한 번을 한 후 연희의 머리 를 두어 번 쓰다듬고 휘적휘적 나아가 인력거를 타고 정거 장으로 뒤도 못 돌아보고 가더라. 서주사가 그 길 떠날 때 에는 가까우면 일 주일, 멀어야 이 주일이면 회환할 줄로 생각하였는데, 소송 등사라는 것은 의외 충절이 생기어 여 러 달 지체되기가 부지중 그 해 여름을 객지에서 보내게 되 었더라.

부산항은 내외 상인이 복잡하게 모여들고 동서양 물화가 번창히 왕래하는 곳이라 도처마다객주집에는 너무 조용치를 못한즉, 잠시라도 유숙할 수 없는 중 더구나 소송 등사는 좌석이 요란하고서는 변론할 일을 연구하기가 극난한지라 주인을 으슥한 곳으로 택하여 가 있는데 그 주인은 서주사 의 집 이웃에서 살다가 수년 전에 그곳으로 낙향한 황서방 이라.

황서방의 연기가 불과 십구 세인데 그 부여조가 모두 큰 실업가로 각 은행 취체역으로 있던 터이더니, 재물을 모으 기는 어려워도 패하기는 쉬운 것이라, 황서방이 부여조가 우연 득병하여 모두 세상을 버린 후, 요량없는 황서방은 과 거하는 조모와 어미를 업수이여기고, 밤낮으로 부랑자를 추 축하여 그 많던 재산을 다 털어없애고 부산 농장으로 낙향 을 하였는데, 웬만치 경제를 하였으면 그 농장만 해도 나무 럽지 아니하게 냈으련마는, 걷지도 못하고 날기로 제 집안 경제로 못하는 것이 장사한다고 사면 빚을 내어 도처 낭패 를 하고, 사세부득이 상밥장사를 하고 있는고로 서주사가 일부러 찾아가 주인을 정하였으니, 이는 동시낙양인으로 한 동리에서 살던 정리도 생각하고, 또는 그 집이 한편 길치에 있어 번화치 않은 것을 취함이러라.

"존장께서 여기를 어떻게 내려와 계십니까" 그 동안 기체 안녕하시오니까?"

"응, 나는 별고 없었네마는, 댁내 다 무고하신가?"

"예, 시생은 그 동안 각색 풍파를 다 겪었습니다. 그러나 시생의 집을 어찌 알으시고 이렇게 찾아오셨읍니까?"

"나도 댁이 여기인 줄은 막연히 몰랐더니 급기 이 곳에를 내려와서 조용한 주인을 정하려는데, 뉘게 들으니까 자네 댁이 여기인데 손을 더러 유숙시킨다하기에, 일변 반갑기도 하고 조용도 할 듯싶어 이렇게 찾아왔네. 어, 과연 반가운 걸."

"아무렴 그러시지. 이곳에 행차를 아니하셨으면 이어니와, 오시고야 다른 집에 가 계셔서야 섭섭지 아니하겠읍니까?"

"아무렴 그러하지. 그러나 그 동안 각색 풍파를 겪었다 하 니 듣기에 놀라운 일일세그려. 무슨 풍파를 겪었단 말인구?"

"말씀을 여쭙자면 기가 막힙니다. 지각없이 굴다가 부조지 업을 다 없애고, 기름 엎지 른후 깨줍기로 이곳으로 내려오 기는 벼 백이나 추수하는 것이 있어 그것이나 지니고 지내 읍자 함이러니, 세상 일이 어디 마음과 같기가 쉽습니까" 항 구에서 남들 장사하여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을 보고, 슬며 시 장사를 해볼 마음이 들어서 장사 시작을 하였다가, 이익 커녕 낭패만 번번이 보고, 또 그 동안 상처까지 하였답니 다."

"허허, 저런 변 보아. 그래, 속현이나 하셨나?"

"속현을 어서 하라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나 시생이 결심하 기를, 돈을 다시 모아 조수족을 할 만하기 전에는 장가를 아니 들리라 하옵고 지금 만 이년을 이렇게 혼자 있으며, 그렁저렁 객주도 한다 장사라고 하여 팔아 없앴던 전답을 약간 물렀읍니다."

"허, 자네 집심이 무던한걸. 그러면 자네 자당께 주궤를 하 시겠네그랴. 노래에 여북 어려우실까" 아무쪼록 어서 속현을 하게."

"존장께서는 무슨 일로 이곳에를 행차해 계시오니까?"

"허허, 나도 생활에 곤란하여 내지 사람고목이라는 변호사 의 사무를 보아주고 매 삭에 사오십 원씩 얻어다 먹고 지내 는데, 마침 무슨 사건이 있어 그 위임을 맡아가지고 이곳으 로 출장하였네."

"그 동안 아마 서랑을 보셨읍니까?"

"정혼은 하였지마는 아직 어린 것을 성례시키기가 무엇해 서 그대로 내버려 두었네."

"예, 그러하시지요. 조혼이라는 것이 아주 해로와 연한 풀 에 서리 맞는 일체야요. 시생도 열한살에 장가를 들었읍니 다마는, 오늘날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데요. 그런데 혼인은 뉘 집과 정하셨읍니까" 따님을 이왕 보았으니 말이지, 참 잘 두셨는걸이요."

"압다, 자네도 친좁게 지내지. 우리 앞집에 사는 김의관장 의 아들 영록이와 정혼을 하였다네."

"예, 영록이와 정혼을 하셨어요! 그 집 가세도 불빈하고 신 랑도 똑똑한 걸이요. 매우 잘 정하셨읍니다."

"잘 정하였나?"

"잘 정하셨읍니다."

공삼이가 이와같이 수작을 하고 혼자 내심으로, (내가 그 처녀를 조석으로 보았으니 말이지, 인물이 썩 일 색인걸. 그것 분하게 되었다. 혼인을 정하였더면 좋을 것 을‥‥. 내가 늘 홀아비로 살 수는 없고 장가를 다시 들자 면 변변치 못한 신부는 눈에 차지를 아니할 터이요, 응, 공 연히 내가 패가한 이야기를 샅샅이 하였지, 그 생각은 미처 돌지를 아니하고 무심히 하였지‥‥‥. 그 역시 소용없는 말이다. 설혹 내가 더럭 큰 부자가 되었다 하기로, 벌써 정 혼을 하였다는데 거기 파혼하고 나에게 후취 줄 리가 있나

"‥‥‥그렇지마는 그 신부 놓치기는 과연 원통한데.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고") 이리 생각 저리 생각 무한 생각을 하다가, (에라, 고만두어라. 유지면 사경성이니라.) 그 다음부터는 공삼이가 서주사를 더 특별히 대접하여 거 처도 편토록, 음식도 맞도록 맞도록, 소청하는 일이면 입에 혀같이 시행하니 서주사 생각에, (사람이 미상불 외도도 좀 해야 쓰는 것이로구. 저 사람 한 참 난봉 부릴 적에 내가 동리서 목도한 바이지마는, 경박"부 량하여 어른"아이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할러니 지금 지내보니까 아주 지각이 나서 공근하고 겸손 한 것이 십상 좋은 자격이 되는걸. 어, 인제는 황씨 집이 다 시 홍왕하여지겠군. 재물 모으기 전에는 속현 아니한다는 결심이 역시 범상한 사람의 못할 일이야.) 여러 달 동안에 서주사가 공삼이 사랑하는 마음이 친자질 이나 다름이 없이 여기는데, 공삼은 속셈이 있어 출입하는 시간 외에는 꼭 서주사 앞에 있어 서주사의 페를 받아 글씨 배우기로 종사를 한다.

"여보게, 자네가 기위 저렇게 부지런히 공부를 할터이면 글 씨 잘 쓰는 사람의 체를 받아다가 익힐 것이지, 변변치 못 한 내 글씨는 배워 무엇하려나?"

"존장의 필법 만하면 넉넉히 행세하옵지, 명필은 취하여 무 엇합니까" 시생이 일찍이 철이 없어, 부모의 가르치는 것을 배반하고 부랑하기로 종사를 하옵다가, 서사 통정도 변변치 못하오니 지금 와서야 후회가 되어 존장을 친부에서 답지않 게 생각하옵고 필법을 배우는 바이올시다."

"허허, 도리어 부끄러운 일일세. 나 역시 공부를 잘못하여 글씨가 겨우 군두목일세."

이때에 장씨는 그 아들을 여러 달 못 보아 궁금한 중, 천 행으로 우체법이 있어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 왕래를 하니, 몸 성히 있는 줄은 든든 믿고 있는 중, 주인 정하고 있는 황공삼의 후대함과 그 자격의 기특한 말을 한이 없고 칭찬 한 것을 보고 자기 며느리더러,

"이애, 며느라, 사람이라 하는 것은 열 번 다시 되고 백 번 다시 되나 보다. 그 사람이 우리 이웃에 살때에는 지각이 아주 없어 밤낮으로 주색잡기에 침혹하여, 저의 조부모가 손톱"발톱이 자빠지도록 벌어놓은 재산을 다 탕패하고 시골 로 떠나가더니, 그 사람이 그렇게 무던한 사람이 될 줄이야 누가 뜻하였어!"

"어머님, 그 사람이 어른"아이를 몰라보고 아주 후레자식이 라고 연희 아비가 늘 타매를 하고 도무지 대면하기를 싫어 하더니, 편지에 칭찬한 것을 보니까 아주 딴 사람이 된 것 이올시다. 그 때도 난봉짓은 하였으나 덜걱덜걱한 것이 과 히 녹록지는 아니하였지요."

집안에 큰 재앙이 오려면 괴상한 조감이 생기는 법이라.

하루는 임씨가 연희의 머리를 빗기며 자기 남편의 오래 오 지 못함을 한탄하는 차에, 어떠한 마누라가 의복을 정결히 입고 아는 집 들어오듯 하더니, 마루 앞에 가턱 걸터앉으며 혼잣말로,

"주인 아씨가 계신가요?"

임씨는 아는 사람이 누가 왔나 하여 손에 들었던 빗을 연 희 머리에다 꽂고 분주히 문을 열고 내다보니, 생면부지 모 르는 마누라다.

"웬 마누라님이요?"

"예, 지나다가 잠시 들어왔습니다."

"어디 계신 마누라님이요?"

그 마누라가 그 대답은 하지도 아니하고 연희의 얼굴을 물 끄러미 보더니,

"에그, 그 작은 아씨 잘도 생기었다. 얼굴에 오복이 그득하 고나."

임씨가 웃으며,

"그 마누라야, 관상도 하나 보이."

"예, 대강 짐작이나 합지요."

"그러면 자세 좀 보아주오그려. 이 애가 내 막내 딸인데, 저희 우애나 있겠소?"

임씨가 이렇게 말하기는, 평일에 그 남편의 말을 들어 사 주니 관상이니 본다는 것이 모두 허탄한 것으로 여겨 실없 이 물어서 제가 무어라 대답하나 거동을 보자는 것이라. 그 마누라가 임씨를 물끄러미 건너다보더니 깔깔 웃으며,

"점잖은 아씨도 거짓 말씀을 하십니까?"

"왜" 거짓말은."

"그럼, 진정이셔요?"

"아무렴, 진정이지. 늙은 사람을 속일까요?"

마누라가 허리춤에서 노랑 수건을 집어내어, 두 눈을 이리 저리 씻고 연희도 보는 체 임씨도 자세 보는 체하더니 다시 또 한 차례를 웃는다.

"그 마누라가 사람을 보고 왜 자꾸만 웃기만 할까?"

"예, 아씨 말씀이 하도 우스워서 그럽니다."

"내 말이 우습다니?"

"아씨, 왜 이러십니까" 귀신은 속이셔도 늙은이는 못 속이 셔요. 바로 이 늙은이 눈이 멀었으면 모르거니와 번연히 보 이는 데가 있는 것을 속이셔요" 아씨께서 생산인즉 서너 번 하셨읍니다마는, 지금 앞에 거느리고 계시기는 따님 하나 뿐이실 터인데, 몇 형제이니 몇 남매이니 하시니 속이시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임씨가 은근히 혀를 홰홰 내두르며,

"어찌해 그렇단 말인가?"

"관상 이치를 어찌 다 말씀하오리까마는, 아씨 얼굴이시든 지 저 아기 얼굴에 벌써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보여?"

"길닿게 여쭐 것 없이 아씨는 아들 없으실 팔자시고, 저 아 기는 독신일 팔자가 아주 뚜렷이 보입니다."

임씨가 그 말을 듣고 신기해서 혼자 생각하기를, (저 마누라가 한 번도 우리 집에 와본 적이 없는데 저와 같이 여합부절 알아내는 것을 본즉, 관상법이라는 것이 있 기는 분명한 것이로구. 어디, 우리 연희 후분이 어떻겠나 좀 물어보겠다. ) 하고 마누라를 방으로 들어오라 하여 자세 묻는다.

"여보, 마누라, 귀신같이 알아맞히구려. 기왕 보아주는 터 이니 우리 딸 후분이 어떻겠나 좀 보아주시오. 그러나 음성 을 좀 나직나직히 하오, 우리 시어머님께서 밤이면 잠을 못 주무시고 낮에 겨우 잠이 들으셨소."

"에그, 아씨 효성도 스러우셔라. 지금 세상에 엊그제 시집 온 것들도 제 시어미를 모두 네뚜리로 여기는데, 아씨는 같 이 늙어가는 터이시건마는 조심을 이렇게 하십니다."

"아까는 내가 과연 실없는 말로 마누라님 대답을 좀 들어 보자고 속였더니 여합부절 알아내는 것을 보니까 참 신통하 오. 저것이 내게 당하여 남의 열 아들 믿듯 하는 터이니 잘 좀 보아주오."

"그러면 그렇지, 백주에 늙은 사람을 속이시려고. 그럼, 제 가 무엇을 변변히 알겠읍니까마는 정성껏 아는대로 보아드 리지요."

마누라가 연희의 머리를 반듯이

"여보, 왜 그러오" 그 애 상을 보니까 좋지 못하오?"

아니올시다. 아기 얼굴이 한 곳도 나무랄 데가 없읍니다마 는 한갓 수가 좀 부족합니다."

임씨가 깜짝놀라며,

"수가 부족하다니, 그래서야 어떻게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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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国诗人兼导演沈熏
沈熏永久的浅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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